칼럼

김태완 칼럼

4차 산업혁명시대, 융합교육으로 가야

March 9, 2017

한국미래교육연구원장 김태완

 
산업발달의 역사를 보면 2차 산업혁명까지는 분업적인 접근을 하였다. 분업은 경제학자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에 기초하고 있으며, 분야별 전문성의 향상을 통해 생산성을 높임으로서 기업에 큰 이윤을 가져다주었다. 디지털 혁명이라고 하는 3차 산업혁명 이후부터 지식과 정보의 대량 집적과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분야별 접근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그리고 단순한 통합을 넘어서는 융합적인 접근이 가능하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의 하나는 현존하는 지식과 정보의 초연결성(hyper-connection)에 있다. 사람과 사람은 물론 사람과 사물, 그리고 사물과 사물이 인터넷 통신망으로 연결되고, 서로 다른 지식과 정보가 연결되어 생성되는 빅 데이터를 분석하여 일정한 패턴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빅 데이터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거나 능력을 신장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초연결성은 나노, 바이오, 정보, 그리고 인지 테크놀로지 등 기술 간의 융합을 가져온다. 예를 들어, 인공 달팽이, 인공 망막 등은 나노와 바이오 기술을 융합하여 사람의 인지능력을 향상시켜 준다. 드론은 부양의 법칙을 제공하는 물리학의 지식과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는 리모컨으로 작동되며, 우편물과 상업용 택배, 군사용은 물론 종합예술인 영화를 만들 때도 활용된다. 기술융합을 잘 이루기 위해서는 물리학, 생물학, 정보통신학, 인지과학 등 학문간 융합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이와 같이 학문 간의 융합적 접근이 시대적인 요청임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아직 학문 분야별 접근을 하고 있을까? 그것은 과학기술과 경제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따라가고 있지만 우리의 의식은 2차 산업혁명시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정된 학교 환경 안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지 못하는 교사와 교수들은 재직하는 동안 자신의 전공만 열심히 하고, 다음 세대부터 융합으로 가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다. 또한 일부 교사와 교수들은 하고 싶어도 융합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최근 들어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선진 국가에서 주목 받고 있는 교육 개혁의 핵심은 STEM 교육이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과학, 기술, 공학과 수학을 융합적으로 접근하는 STEM 교육은 미국의 경우,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하였다. 미국의 일간지인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매년 미국의 전체 고등학교를 상대로 우수한 순서대로 순위를 정해서 학교별 STEM 순위를 발표하고, 모든 사람이 항상 볼 수 있도록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STEM 교육은 국내에서 예술(arts)을 포함하여 2011년부터 STEAM 교육으로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시범 단계에 머물고 있다.
 
융합교육은 어떤 환경에서 가능한가? 여러 학문이 참여하는 융합교육을 강의식으로 할 수는 없으며, 따라서 수업방식을 바꾸어야 융합교육이 가능해진다. STEM 교육은 프로젝트 학습방식을 사용한다. 프로젝트 학습방식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양한 학문적인 입장에서 공동으로 접근하여 주어진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학습이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하는 학습방식이다. 현재 프로젝트 학습방식은 STEM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과학과 인문학 분야에도 널리 적용되고 있다.
 
최근 수업방식을 바꿈으로서 교육을 바꾸어 보려는 노력이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의 뇌활동이 수면시의 뇌활동보다 미약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뇌 전문가들의 연구 보고도 이러한 노력을 자극하고 있다. 새로운 수업방식 중 좋은 학습효과를 보임으로써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거꾸로 학습방식이다.
 
거꾸로 학습은 그동안 교사가 교실 내에서 해 오던 정보전달을 교실 밖으로 옮기고, 교실 내에서는 교실 밖에서 전달된 정보를 가지고 학생 간에 상호 교습을 통해 정보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학습방식이다. 거꾸로 학습은 교실 수업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다른 학습방식과 병행하여 사용할 수 있다. 최근 학생간 일대일 대화와 토론을 통해 중요한 지식의 기본을 이루는 핵심 개념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을 강조하는 하부루타 학습방식이 도입되어 거꾸로 학습과 같이 활용되고 있다.
 
한편,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온라인 교육의 지평을 넓혀 주었으며, 이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기관은 살만 칸이 만든 칸아카데미이다. 칸은 멀리 있는 조카를 위해 만든 학습 콘텐츠들을 일반 학생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유튜브에 올려서 무료로 개방하였다. 온라인 학습은 학생이 학습의 주체가 되어 개인의 필요와 수준에 맞는 개별화된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또한 이론적으로는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학생도 반복 학습을 통해 완전학습이 가능하도록 해 줄 수 있다. 온라인 교육은 교실 밖에서 이루어지는 정보전달을 담당함으로써 거꾸로 학습과 잘 연동될 수 있는 학습방식이다.
 
한 연구는 학습방법에 따라 학습한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 정도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각각 다른 방식으로 공부한 뒤, 24시간이 지나서 머릿속에 남아 있는 학습 내용의 비율은 학습방법별로 다음과 같다. 즉, 강의듣기는 5%, 책읽기는 10%, 시청각 수업듣기는 20%, 시범강의 보기는 30%, 집단 토의하기는 50%, 실제 해보기는 75%, 그리고 다른 사람 가르치기는 90%가 남아 있었다.
 
여기서 강의듣기, 책읽기, 시청각 수업듣기, 시범강의 보기 등은 지금까지 학교에서 해 오던 방식이며, 듣거나 보는 한 가지 감각에 의존하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학습 형태이다. 반면에 집단 토의하기, 실제 해보기, 다른 사람 가르치기 등은 학생이 학습의 주체가 되는 방식으로서, 말하고 행동하는 활동을 통해 모든 감각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학습 형태이다. 이 연구는 능동적인 학습이 수동적인 학습보다 월등하게 더 좋은 효과가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교실에서의 집단 토의하기는 거꾸로 학습, 실제 해보기는 프로젝트 학습, 그리고 다른 사람 가르치기는 하부루타 학습방식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그러므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해 나가야 할 학교와 대학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강의식 수업을 학생 중심의 다양한 능동적인 학습방식으로 바꾸어 STEAM 등 융합교육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한다.


이 글은 "중앙SUNDAY" 에 3월5일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