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태완 칼럼

우리 나라 학자금 지원정책에 대한 소고

October 20, 2015

한국미래교육연구원장·전 한국교육개발원장 김태완

한 사회의 구성원은 누구든지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 주변으로부터 크고 작은 도움을 필요로 한다. 아마 어느 누구도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운 미성년자의 경우 사회는 이들의 필요나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지원해 주어야 한다. 비록 “반값 등록금”이라는 정치적인 공약에 의해 시작된 것이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매우 비싼 등록금 부담을 안고 있는 대학생을 위해 학자금을 지원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잘 갖추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2012년부터 시작된 한국장학재단의 대학생을 위한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제도는 우리 사회안전망시스템의 구축면에서 의미있는 큰 진전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고 해가 지나면서 재단이 운용하고 있는 재원의 규모가 커지고, 졸업후 학생들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율이 내려가면서 새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 자랑스럽고, 다른 한편으로 그 동안 수고하신 분들의 노고에 대해 고맙게 느낀다. 이 학자금지원정책이 앞으로 더 발전해 나가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하나의 재정지출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계속 창출해 나가면 이를 ‘투자’라고 하고, 그렇지 못하면 ‘소비’라고 한다. 그러므로 학자금지원제도가 소비가 아닌 투자가 되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학자금을 지원받은 학생이 나중에 이자와 원금을 잘 갚아 나갈 때는 이 제도의 혜택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겠지만, 나중에 이자와 원금을 갚아 나가기 힘들 때는 별로 고마워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학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학자금을 지원해 주는 행위 속에 담긴 의미와 정신을 잘 전달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의미와 정신이 잘 전달되지 않으면 이 제도는 기존 은행의 대출 행위와 다를 바가 없게 되고, 그 의미는 퇴색되어 학생은 고마운 마음을 갖기 힘들게 된다. 의미의 전달과 더불어 은행대출과 상환 등의 금융지식에 대한 서비스를 해 주고, 졸업후 취업서비스로 연결될 수 있는 지원을 해 주면 학자금지원제도는 매우 값진 의미를 가진 하나의 제도가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학자금의 상환이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이 제도에 대해 고마워하고 재능기부와 장학금 기부 등과 같은 새로운 사회적 지원행동 즉, 새로운 부가가치를 계속 창출해 나갈 것이다.
 
장학재단과 같은 특정한 하나의 기관이 이러한 일련의 일들을 모두 할 수 없으므로 여러 기관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협력해 나가거나 서로 파트너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사회적인 지원서비스들이 국민 개인의 생활과 생애발달에 대한 지원시스템으로 발전해 나가면 모든 개인이 서로 연결된, 성숙한 경제주체로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사회 전체가 연속선상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아 선순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도록 힘써야 한다. 학자금지원정책도 어떻게 프로그램을 만들면 사회 전체가 인재양성은 물론 경제의 선순환시스템을 이룰 수 있을가를 고민하여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수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기관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하고 연결해 주는 일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임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둘째, 우리는 현재 글로벌 인재양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글로벌 시대는 국경과 국적의 의미가 점점 약화되고 있는 시대, 국가 간 상호 의존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는 시대, 그리고 어떤 국가도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시대이다. 많은 사람이 더 좋은 교육을 위해 국경을 넘나들고 있으며, 대부분의 선진국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국적에 관계없이 인재를 기르고, 그 인재가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도록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므로 내국인 학생만 육성한다는 생각을 넘어서야 한다. 국내의 다문화, 탈북 학생에 대해 더많은 배려와 지원을 하는 것은 물론, 국내에 유학을 오는 외국인 학생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더많은 지원을 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 계획을 가지고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
 
셋째, 위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두 가지 제언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연구와 평가 기능이 필수적이다. 자체적이고 자발적인 연구와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관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 잡기를 기대하는 ‘연목구어’와 같다. 대부분의 국책기관들은 외부로부터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 평가는 매우 제한적이고 기관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기관 예산의 일정 부분은 항상 기관의 발전을 위한 비용으로 책정해 두고 지속적으로 연구와 평가를 해 나가야 한다.
 
이상 세 가지 일을 잘해 나간다면 우리 나라 대학생들의 발전은 물론 기관의 발전을 잘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