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태완 칼럼

온 사회가 나서는 좋은 교육

October 20, 2015

한국미래교육연구원장·전 한국교육개발원장 김태완

지난 9월 11일은 뉴욕 맨하탄에 있는 세계무역센터가 비행기 자폭 테러에 의해 파괴된 지 14주년을 맞이하는 날이다. 현재 무너져 내린 쌍둥이 빌딩 대신 더 높은 새 빌딩이 들어서고, 아픈 상처를 씻어내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기념 추모풀도 들어섰다. 두 개의 그라운드 제로에 조성된 추모풀의 물은 분수대의 물처럼 공중으로 치솟지 않고 아래로 계속 흘러 내림으로써 마치 흐르는 눈물과 같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동시에 보는 사람의 아픈 마음을 달래 주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주변의 환경은 파괴 이전으로 회복되었지만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은 아직 전과 같이 회복되지 않았을 것이다.
 
올해 9.11 테러 14주년을 기념하여 주요 지상파 방송인 ABC, CBS, FOX와 NBC 는 당일 저녁 8시 황금 시간대에 전국적으로 꼭같은 프로그램을 1시간 동안 방영하였다. 프로그램의 명칭은 “Think It Up" 전국교육구상(national education initiative)이며, 핵심 내용은 모든 미국의 청소년들(7학년부터 12학년까지)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교사와 함께 신청하면 이를 지원해 주기 위한 모금에 동참하자는 것이다. 즉, 학생에게 힘을 실어주고 교사가 지도하며, 시민이 후원하는 학습프로젝트 (learning projects for student-powered, teacher-led, crowdfunded by citizen donors) 프로그램을 캠페인하였다. 유명한 인기 연예인들이 출연하여 이 프로그램을 위해 기부하자는 내용의 공연을 벌였다.
 
이 캠페인은 전세계 후진국 국민들의 건강과 미국교육의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고 있는 게이츠재단은 물론 STEM 교육을 지원하고 있는 Exxon Mobil 등 여러 기업들이 후원하고 있다. 기업과 학교 등이 필요로 하는 가구와 물품 등을 생산하는 Staples 회사가 일천만 달라(115억원 정도)를 후원하는 이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기관은 엔터테인먼트산업재단(Entertainment Industry Foundation, EIF)이다.
 
EIF는 1942년에 헐리우드의 영화산업 지도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재단으로 그동안 사회를 위해 많은 기부와 자선활동을 해 왔으며, 최근에는 매년 일억 달라(1150억원 정도) 이상의 기부를 하고 있다. 2차 대전 중에는 후방에서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 큰 역할을 하였다. 최근에는 암 예방과 퇴치, 어린이 빈곤 퇴치 운동을 전개하여 큰 성과를 보고 있다.
 
EIF는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지원하거나 선도하는 민간정부의 역할을 하고 있다. 헐리우드는 모든 영화관은 물론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방송사들이 방영하는 프로그램을 생산하여 공급하는 주체이다. 그러므로 방송 매체의 방송 방향과 내용을 장악하고 있으며, 따라서 시민들에 대한 영향력은 정부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EIF가 9.11 14주년을 기념하여 교육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그동안 지방정부의 부족한 재원으로 인해 대도시 지역의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민간정부인 헐리우드가 나선 것이다. 좋은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는 정부를 비난하거나 비판하기 보다 민간이 스스로 나서서 필요한 일을 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온 사회가 좋은 교육을 위해 나서는 사회는 분명히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생각되며, 우리 사회도 민간의 지도적인 단체와 개인들이 좋은 교육을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힘을 모을 때가 되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