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태완 칼럼

누리과정 예산의 원만한 집행

March 8, 2016

한국미래교육연구원장·전 한국교육개발원장 김태완

누리과정 예산의 원만한 집행
 
최근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이를 위한 누리과정(만 3세~5세 무상보육) 학비와 보육료 비용을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지, 아니면 시·도 교육청이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다수의 교육청은 정부와 입장을 같이 하여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반면에 일부 교육청이 정부와 입장을 달리 하여 예산 집행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러한 일이 발생하며,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할까? 문제의 원인은 정부와 시·도 교육청의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 인식과 예산 사용의 우선 순위가 서로 다른 데에 있다.
 
현재 정부는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 중에서 저출산문제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 나라 인구가 늘어나지 않고 줄어들고 있으며, 인구의 감소는 곧바로 국가경쟁력의 약화를 가져 오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의 원인을 결혼을 해야 할 젊은 이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젊은 부부들이 자녀의 높은 교육비 부담을 우려하여 출산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누리과정 예산의 지출은 젊은 부부들의 자녀 양육과 교육 비용의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출산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에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운 시·도 교육청의 경우에는 어린이들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경제적인 빈부의 차이를 느끼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해 무상급식을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주요 문제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예산 사용의 우선 순위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시·도 교육청이 사용하고 있는 예산의 70%를 하나의 교부금으로 주고 있으며, 이를 일괄보조금(block grant)이라고 한다. 만약 정부가 특별히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정책의 경우에는 시·도 교육청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개별보조금(categorical grant)으로 주는 것이 좋다. 개별보조금은 사용처가 한정된 꼬리표가 붙어 있기 때문에 유연성이 없어 피하는 보조금 형태이지만 지금과 같이 정부와 시·도 교육청간 갈등은 일어나지 않는 보조금 형태이다.
 
이런 일은 다른 국가에서도 있는 일이다. 1980년대초 일본의 소형 자동차를 필두로 하는 경제적인 도약과 대형 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 경제의 쇄락으로 인해 미국 사회는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작은 정부를 공약(New Federalism)으로 내세운 레이건 공화당 정부는 연방 정부의 예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연방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수백 개의 개별보조금을 분야별로 하나의 일괄보조금으로 묶어 주정부에 내려 주었다. 이 과정에서 수백 개의 개별보조금을 관리하는 연방의 공무원들을 해고하여 연방의 예산을 25% 정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교육 분야에서는 28 개에 이르는 개별보조금이 하나의 일괄보조금으로 묶여 주정부로 내려 갔다. 따라서 개별보조금이 일괄보조금으로 변화해 나가는 것이 재정 지원의 국제적인 추세이다. 만약 우리 나라가 현재의 진전된 일괄보조금에서 개별보조금으로 간다면 이것은 국제적인 발전 추세와 반대로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도 이 문제를 두고 고민할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일괄보조금 제도가 진전된 제도이기 때문인데, 이 제도로는 시·도 교육청과 갈등하는 일이 계속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일부 시·도 교육청 행정담당자의 머리 속에 우리 사회 저출산 문제에 대한 인식이 약하고, 왜 보건복지부와 시장, 군수, 구청장의 감독을 받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이도 교육청 예산으로 지원해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고,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이를 지원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정치적인 입장으로 인해 서로 다른 공약을 하고 당선된 교육감의 머리 속에 자신의 공약 예를 들어, 무상급식에 대한 예산 배정을 우선적으로 하고자 하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만 5세를 대상으로 도입된 누리과정이 2013년 3~4세까지 확대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통합, 지원되는 과정에서 당시는 국가의 세수입이 늘어나서 이런 갈등이 없었다. 그러나 세수가 줄어들기 시작한 2014년부터 정부가 충분한 재원을 시·도 교육청에 보내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다행히 2016년에는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어 문제가 다소간 해결될 것이다.
 
향후 누리과정의 운영과 관련하여 시·도 교육청은 정부 정책의 우선 순위를 존중하고, 부족하면 지방채 발행을 해서라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정부가 내려 보낸 예산은 비록 일괄보조금 형식으로 내려간 것이긴 하지만 예산의 규모를 산정할 때 누리과정의 예산이 반영되어 있으므로 시·도교육청이 마음대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권한이 주어진 것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시·도교육청은 국가를 대신하여 국가의 국민교육의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나라 전체의 발전을 위해 세금을 내고 있는 국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접근하고 예산을 사용하는 정부의 정책을 존중해야 한다.
 
교육정책포럼(한국교육개발원) 2월호에서